난 지잡 국립대를 다니다가 지거국으로 편입을 하게 되었다. 

고작 지거국 편입한 걸 가지고 글을 쓴다고?

이럴 수도 있지만, 나와 같은 지잡대 다니는 입장에서는 지거국도 환생 아니냐? 

그리고 사람마다 상대적으로 목표 기준은 다르니까 닥치고 봤으면 좋겠다. 

 

편입은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합격했을 때 가장 날아갈 듯이 좋은 학교가 바로 '처음 합격한 학교'이다. 나의 경우는 인천대였다. 

이때 드는 심정은 두 가지이다. 

1. 내가 이 학교를 합격했다니..

2. 이제 지잡대를 벗어날 수 있다니..

 

이 두 가지가 마음에 북받쳐오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합격한 나는 이제 자퇴를 하기 위해 다음 날 '전적대'에다가 전화를 한다.

 

: "저기.. 자퇴하려면 자퇴서 출력해서 작성해가면 끝나나요?"

상담원 : "작성해서 과사에서 도장받아오시고 학생처에 제출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신나는 마음으로 내가 끊어놓은 독서실에 가서 자퇴서를 출력한다.
또 기차표를 예매해서 다음 날 바로 전적대에 갈 준비를 한다. 

 

다음 날이 되었다. 난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챙기고,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내가 빠트린 서류는 없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집을 나선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차에 탈 때 좆같은 전적대로 복귀한다는 생각에 우울해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기차가 출발하고 기차역에서 벗어나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내가 드디어 자퇴를 하는 건가. 더 이상 이 기차를 타고 전적대가 있는 고장으로 갈 일이 없구나. 

 

한 시간을 걸려 기차에서 내렸다. 기차 역 주변을 유심히 본다. 이제 다시 올 일이 있을까 궁금증이 들지만, 아마도 없을 거라고 결론짓는다. 이제 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탄다. 기차역에서도 무려 1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가야만 나오는 전적대. 내 귀에 버즈 두 짝을 낀 상태로 주변 시내를 본다. 이번에 듣는 음악은 그전과는 달랐다. 예전에는 음악이 현실로 돌아왔다는 참담한 심경을 위로해 줬지만, 똑같은 음악을 듣는데 어쩐지 다르게 들린다. 

 

드디어 도착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제 다시 올 일이 없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채운다. 

신기하게도 옛날에는 보면 좆같았던 학교 간판 ( 'xx대학교' )도 꽤 이뻐보인다. 옛날에는 저 간판만 보면 내가 지잡대생이라는 걸 깨닫게 해줬는데.. 

 

과사무실로 가면서 학교 주변 전경을 계속 돌아본다. 

정말 느낌이 이상하다. 내가 정말 자퇴하러 온 게 맞나? 이 익숙한 풍경들, 익숙한 등교길이 이제 마지막?

 

그리고 과 사무실에 도착했다.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혹시나 자퇴를 일부러 안 시켜주면 어쩌지? 인터넷에서는 자퇴 신청서 도장 안 찍어주고 일부러 출장 간 척하고 그런다던데..' 그러나 아주 쿨한 교직원 선생님. 자퇴하러 왔다니까, 그냥 자퇴 신청서를 가져가더니 도장 찍어주고 학생처에 가란다. 

 

이제 학생처에 가서 자퇴서를 제출한다. 혹시나 자퇴처리 하면서 나한테 들어올 질문을 대비해서 시뮬레이션까지 돌렸다.

교직원 : "혹시 왜 자퇴하시는지?"

: "아.. 저 편입했거든요.."

교직원 : "와.. 혹시 어디 붙으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경북대요 ㅎㅎ"

교직원 : "오! 축하드려요!"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다르게 자퇴서를 받더니 처리해주고 가도 된다고 하더라. 괜히 기대했네.

 

이제 진짜 자퇴처리를 마쳤다. 난 이제 정말 이 학교 학생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정말 떠나려고 하니까 그동안 내가 이 학교에서 살아왔던 인생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1, 2학년동안 내가 공부해 왔던 장소들, 밥 먹었던 가게, 기분전환한다며 가던 카페들을 쭉 둘러보면서 추억에 잠긴다. 

 

내가 주로 생활했던 기숙사도 가봤고, 내가 주로 기분전환하던 장소도 가봤다. 이제는 올 일이 없는 곳들이다.

집에 갔다가 기숙사로 복귀할 때마다 똥씹은 표정 한가득이었다. 근데 이제 내가 여기 살 일이 없구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덧 기차를 타야할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이제 마지막 기차를 타러 간다.

슬슬 해가 지고 있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내가 더 이상 할 일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자퇴처리도 됐고, 학교 곳곳의 건물을 방문하며 추억 여행도 마쳤다. 

이제 정말 학교에서 볼 용무는

없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마지막으로 학교 정문을 바라본다. 

 

2년 전의 나는 앞으로 이 정문을 수없이 드나들 거라는 사실에 좌절했었는데.. 

 

어느새 2학년을 수료하고 자퇴를 하다니.. 

 

이제 정말 버스를 타야 한다. 더 이상 올 일도 없고, 공부할 일도 없는 이 학교와 작별해야 한다.

 

버스에 탑승하고 다시 한번 학교를 바라본다. 

 

학교는 점점 버스에서 멀어지고, 난 이제 핸드폰의 음악을 틀고 집 가서 뭘 할지 생각을 한다.

 

  내가 자퇴를 하러가면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적었다. 내 인생에서 자퇴라는 게 있을 줄 몰랐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이 글을 보고 자퇴하는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편입의 동기부여가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2024년 10월 13일 추가)

  편입 공부에 대한 노하우를 담아 전자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는 내가 이 블로그에 담지 못했던 여러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토익 공부를 했던 방법이나, 편입 준비하기 전에 했던 것들, 전공 공부 어떻게 시작했는지 등 그동안 블로그에 쌓인 질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 노하우를 열심히 담아봤다. 

 

편입이 정말 힘들고 괴로운 싸움이라는 건 누구보다 알고 있고, 정보 싸움이다.

수능처럼 체계가 잡힌 시험이 결코 아니고, 결국 경험자의 조언만이 시험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우수한 정보, 디테일한 준비 과정을 알게 된다?

합격까지 그리 어려운 과정은 절대 아니게 된다.

편입을 실제 겪은 내가 알고 싶었던 게 있었다.

"아니 ㅅㅂ 도대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 거임?"

준비 방법, 그 과정만 안다면 그거대로만 준비하면 편입 ㅈ밥일 것 같은데 그걸 모르니까 막막했다.

뭐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는 어떤 정보도 없이 공부를 시작했고, 주위에 나처럼 편입 준비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어서 

오로지 나 혼자 스스로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했던 것들이 지금 편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합격한 이후에, 처음부터 이렇게 했다면 부산대도 합격했을 거라는 확신도 생겼다.

아직도 부산대 떨어진 건 아쉬울 따름이다. 부산대 합격 전략만 알았더라도 붙었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꼭 편입 합격하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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