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인생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상기후변화로 갑자기 여름에 눈 내리는 것마냥 내 미래에 상상도 못한 변수가 들이닥친다. 내가 왜 파견을 오게 된 걸까. 그것도 구역질나는 침상 생활관.. 그나마 북카페나 헬스장 좋다고 해서 기대해서 왔건만 온지 이틀만에 부대에서 코로나 환자가 속출해서 그 인원들 대신해서 지원온 병력들을 북카페랑 헬스장에서 텐트치고 재운다고 해서 일주일동안 이용하지도 못한다. 요새 운동이랑 독서하는 게 질려서 닷새정도 휴식시간을 가지고 다시 재게했는데 바로 그냥 파견보내버리고, 여기선 독서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게 됨. 문제는 내가 언제 이 구릿내나는 파견지에서 벗어나냐는 건데 빠르면 다다음주에 내 맞맞후임이랑 교대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한 달은 머물수도 있다. 한 달 보내는 것보단 그냥 나가뒤지는 게 쉬운 해결책 아닐까. 그래도 이곳의 바다와 산과 하늘의 천상의 조합은 이 세상 어느 아름다운 보석을 가져와도 감히 손가락하나 내밀 수 없다. 이 환상의 자연경관이 주는 황홀함과 내 마음을 잠식해버린 좆같은 기분이 대비되는 구나. 시간이 지날까.. 중대에 있을 때가 너무 행복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자. 시간을 날려보낼 순 없다. 여기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도 얻어갈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독서도 어떻게든 하면 할 수 있다. 기왕 여기 온 거 짧게는 고작 2주 정도밖에 머물 수도 있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는 여기 문화에 익숙해지자. 하라고 하는 건 똑바로 잘 지키고, 생활해보자고..